전시<누가 그린 그림> 허정은 개인전

허정은 개인전
'누가 그린 그림'
- Elements converged into a perfect close.
11/26(화) - 12/02(월)
오프닝: 11/27 (수) 오후 5시 


"누가 그린 그림"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작가는 창작의 주체성과 작품의 완결성이라는 기존의 예술적 전제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이는 단순한 물질적 해체가 아닌, 예술 행위의 본질을 향한 철학적 탐구이다. 작품에서 보이는 반복적 행위들은 일견 지루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변화와 위치의 이동은 서로 대립하는 요소 간의 긴장과 균형을 만들어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의미의 장을 열어낸다.

작가가 제시하는 파편화된 도자 요소들은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분절된 정보들을 연상시킨다. 각각의 조각들은 마치 빅데이터의 개별 노드처럼 존재하다가, 특정한 맥락 속에서 새로운 의 미망을 형성한다. 이는 동시대 정보 사회의 구조를 은유하는 동시에, 예술 작품의 해석이 관람자의 능동적 참여를 통해 완성됨을 암시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작가가 선택한 '프로파일링'이라는 전시 방법론이다. 이는 범죄 수사라는 현대적 서사 구조를 예술 감상의 영역으로 전용함으로써, 관람자를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의미 생성의 공동 참여자로 위치시킨다. 이러한 시도는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에서 제기한 ' 독자의 탄생'이라는 문제의식을 시각예술의 영역에서 재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자라는 전통적 매체를 통해 현대성을 구현하는 허정은의 작업은, 재료와 개념 사이의 이분 법적 경계를 무력화한다. 작품에서 보이는 백색의 도자 파편들은 마치 해체된 언어의 형태소처럼 기능하며, 이들의 집합적 배열은 새로운 의미론적 구조를 생성한다. 이는 물질성과 개념성, 전통과 현대, 개별과 전체라는 이항대립을 초월하는 제3의 영역을 제시한다.

"Elements converged into a perfect close"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이 전시는 완결성을 향한 요소들의 수렴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물리적 조합이 아닌, 관람자의 인식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열린 종결이다. 허정은의 작업은 이처럼 현대 예술의 근본적 과제들을 도자라는 매체를 통해 재조명함으로써, 동시대 미술 담론에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 작품의 물질성과 개념성, 창작의 주체와 해석의 주체, 그리고 완결성과 개방성이라는 복잡한 문제들을 탐구한다. 이는 단순한 미학적 실험을 넘어, 현대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의미 생성 방식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제기한다. 허정은의 "누가 그린 그림"은 이처럼 도자예술의 현대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예술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확장하는 실험적 시도로서 주목할 만하다.


Heo Jeong Eun Solo Exhibition 
'누가 그린 그림'
Elements converged into a perfect close.
11/26 - 12/02
Opening: 11/27 at 5pm 

As the title "누가 그린 그림" ("Who Painted the Picture") suggests, the artist deconstructs and reconstructs traditional artistic assumptions regarding the subjectivity of creation and the completeness of the work. This is not merely a material deconstruction, but a philosophical inquiry into the essence of the artistic act. The repetitive actions seen in the work may initially seem monotonous, but within them, the continuous changes and shifts in position create a tension and balance between opposing elements, opening up a new realm of meaning.

The fragmented ceramic elements presented by the artist evoke the segmented information of the post-digital age. Each fragment exists like an individual node in big data, coming together within a specific context to form new webs of meaning. This both metaphorically represents the structure of contemporary information society and suggests that the interpretation of the artwork is completed through the active participation of the viewer.

Noteworthy is the artist's use of the exhibition methodology called 'profiling.' By adapting the narrative structure of modern criminal investigation into the realm of art appreciation, this approach positions the viewer not as a passive recipient but as a co-participant in the creation of meaning. This attempt can be seen as a reinterpretation of Roland Barthes' concept of the "death of the author" from The Death of the Author, particularly in how it addresses the "birth of the reader" within the visual arts.

Heo Jeong-eun's work, which brings modernity into the traditional medium of ceramics, dismantles the binary boundaries between material and concept. The white ceramic fragments in the work function like deconstructed morphemes of language, and their collective arrangement generates a new semantic structure. This presents a third realm that transcends the dichotomies of materiality and conceptuality, tradition and modernity, and individual and whole.

The exhibition showcases the convergence of elements toward completeness, as indicted by the subtitle, "Elements converged into a perfect close". However, this is not merely a physical combination, but an open-ended conclusion that is constantly reconstructed within the viewer’s perception. Through this, Heo Jeong-eun’s work sheds light on the fundamental issues of contemporary art, offering a new perspective on the discourse of contemporary visual art.

In this exhibition, the artist explores complex issues such as the materiality and conceptuality of artwork, the subjectivity of creation and interpretation, and the tension between completeness and openness. This goes beyond a simple aesthetic experiment, posing fundamental questions about contemporary society’s communication structure and the way meaning is generated. Heo Jeong-eun’s "Who Painted the Picture")not only demonstrates the modern potential of ceramic art but also serves as an experimental attempt to expand philosophical discourse on the essence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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