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he Shallow Grave >
"자유분방함 속에 느껴지는 기지 넘치는 생명력"
쟈가(Jagga)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불과 8개월 전이다. 놀랍지만 사실이다.
그가 ‘화가’로 돌변한 계기는 흥미롭고 그의 작품 전반에 깔린 테마와도 연결이 되니 소개하는 편이 좋을듯하다.
쟈가(Jagga)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건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다.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고립되었다.
생계를 위해 택한 영어학원 교사로서의 삶은 보람도 있었지만 외롭고 고단했다.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건 학원에서
아이들이 그린 낙서와 그림들 때문이었다. 그것들은 그에게 묘한 위안을 주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의 낙서와 그림을 몰래 복사해 공허한 그의 집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그림들 위에 자신의 감정을 휘갈긴 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문학을 전공했다)
문득 이 과정들을 공유하고 싶어진 그는 인스타그램에 작품들을 올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그의 인생 최초의 소셜미디어 활동이다)
반응은 예상보다 폭발적이었다. 그는 미친 듯이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의 그림을 복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과의 교류도 이어졌고 삶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화가가 쟈가에게 말했다. “넌 아이들의 그림을 도둑질 하고 있어.”
그는 충격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멈추지 않았다. 그 시점을 계기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다.
어떤 제약이나 자기검열 없는 아이처럼... 비싼 화구들을 지불할 여력이 없었기에 주위의 도구들을 이용했다.
싸구려 미술용품과 주방 욕실 세제, 각종 필기구 등. 그의 작업 중 한지 작업이 많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시작되었다.
캔버스보다 한지가 훨씬 경제적이니까. 하지만 그는 한지에서 특별한 매력을 발견했고 스스로의 작업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발견했다.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은 그의 작품에 특별한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바탕이 된다.
쟈가의 작품전시를 기획하면서 쟈가의 전사를 알게 된 나는 피카소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 평생이 걸렸다’ 하나를 추가하자. ‘모든 예술은 도둑질이다’
피카소의 말이 절대적 진리는 아니지만 적어도 쟈가는 피카소의 예술론으로 비춰봤을 때
화가로서 완벽한 조건의 출발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낙서와 그림을 가져다 덧칠을 하며 받은 영감이
시발점이 된 그의 작품은 그래서 자유분방하며 특별한 활력이 넘친다.
이는 그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예술론과 결합이 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
는 모더니즘의 엄숙함을 경계하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상호교류가 언제든 가능한 예술적 활동을 지향한다.
그의 작품에서 키치적이며 LoFi적 미학이 괜히 풍기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전시 기획은 이렇듯 자유로운 예술가 "쟈가(Jagga)’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Shallow Grave’는 두꺼운 외형이나 엄숙함에 갇힌 예술을 지양하며 아이들처럼 영감이,
스스로 해석되기 전에 곧바로 그려짐으로써 완성되는 그의 작품 세계관을 조명하기 위해 명명되었다.
영감의 얕은 수위를 들춰보자는 것이 아니라 얕은 장막 안에도 엄청난 진실이나 미학이 감춰질 수 있다는 뜻이다.
쟈가는 대부분 전시회가 너무 진지해서 오히려 공허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그의 전시는 옆에 있는 관객과 어깨를 툭툭 치며 웃을 수 있는 분위기가 어울린다. 그게 그의 스타일이다.
이런 전시의 지향점에 어울리는 완벽한 공간(KOTE 조선살롱 지하와 해봉빌딩 2층)이 준비된 것도 쟈가에겐 또 다른 행운이다.
모쪼록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발돋움을 하려는 쟈가라는 작가의 메타픽션을 즐겁게 확인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 글
권민천 @jt_writer
▪️ "Make your Own Price"
전시기간(7.3~7.12) 동안 당신은 작품 가격을 직접 정할 수 있고 경매는 최소작품가 없이 zero에서 시작한다.
▪️ 전시일정
2023.07.03-07.12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길 7, 조선살롱 지하, KNOV 2층
▪️ 입장료
무료
< The Shallow Grave >
"자유분방함 속에 느껴지는 기지 넘치는 생명력"
쟈가(Jagga)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불과 8개월 전이다. 놀랍지만 사실이다.
그가 ‘화가’로 돌변한 계기는 흥미롭고 그의 작품 전반에 깔린 테마와도 연결이 되니 소개하는 편이 좋을듯하다.
쟈가(Jagga)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건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다.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고립되었다.
생계를 위해 택한 영어학원 교사로서의 삶은 보람도 있었지만 외롭고 고단했다.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건 학원에서
아이들이 그린 낙서와 그림들 때문이었다. 그것들은 그에게 묘한 위안을 주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의 낙서와 그림을 몰래 복사해 공허한 그의 집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그림들 위에 자신의 감정을 휘갈긴 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문학을 전공했다)
문득 이 과정들을 공유하고 싶어진 그는 인스타그램에 작품들을 올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그의 인생 최초의 소셜미디어 활동이다)
반응은 예상보다 폭발적이었다. 그는 미친 듯이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의 그림을 복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과의 교류도 이어졌고 삶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화가가 쟈가에게 말했다. “넌 아이들의 그림을 도둑질 하고 있어.”
그는 충격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멈추지 않았다. 그 시점을 계기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다.
어떤 제약이나 자기검열 없는 아이처럼... 비싼 화구들을 지불할 여력이 없었기에 주위의 도구들을 이용했다.
싸구려 미술용품과 주방 욕실 세제, 각종 필기구 등. 그의 작업 중 한지 작업이 많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시작되었다.
캔버스보다 한지가 훨씬 경제적이니까. 하지만 그는 한지에서 특별한 매력을 발견했고 스스로의 작업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발견했다.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은 그의 작품에 특별한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바탕이 된다.
쟈가의 작품전시를 기획하면서 쟈가의 전사를 알게 된 나는 피카소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 평생이 걸렸다’ 하나를 추가하자. ‘모든 예술은 도둑질이다’
피카소의 말이 절대적 진리는 아니지만 적어도 쟈가는 피카소의 예술론으로 비춰봤을 때
화가로서 완벽한 조건의 출발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낙서와 그림을 가져다 덧칠을 하며 받은 영감이
시발점이 된 그의 작품은 그래서 자유분방하며 특별한 활력이 넘친다.
이는 그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예술론과 결합이 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
는 모더니즘의 엄숙함을 경계하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상호교류가 언제든 가능한 예술적 활동을 지향한다.
그의 작품에서 키치적이며 LoFi적 미학이 괜히 풍기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전시 기획은 이렇듯 자유로운 예술가 "쟈가(Jagga)’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Shallow Grave’는 두꺼운 외형이나 엄숙함에 갇힌 예술을 지양하며 아이들처럼 영감이,
스스로 해석되기 전에 곧바로 그려짐으로써 완성되는 그의 작품 세계관을 조명하기 위해 명명되었다.
영감의 얕은 수위를 들춰보자는 것이 아니라 얕은 장막 안에도 엄청난 진실이나 미학이 감춰질 수 있다는 뜻이다.
쟈가는 대부분 전시회가 너무 진지해서 오히려 공허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그의 전시는 옆에 있는 관객과 어깨를 툭툭 치며 웃을 수 있는 분위기가 어울린다. 그게 그의 스타일이다.
이런 전시의 지향점에 어울리는 완벽한 공간(KOTE 조선살롱 지하와 해봉빌딩 2층)이 준비된 것도 쟈가에겐 또 다른 행운이다.
모쪼록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발돋움을 하려는 쟈가라는 작가의 메타픽션을 즐겁게 확인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 글
권민천 @jt_writer
▪️ "Make your Own Price"
전시기간(7.3~7.12) 동안 당신은 작품 가격을 직접 정할 수 있고 경매는 최소작품가 없이 zero에서 시작한다.
▪️ 전시일정
2023.07.03-07.12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길 7, 조선살롱 지하, KNOV 2층
▪️ 입장료
무료